2018/11/26 12:48

better now




회사 직원들과 점심을 먹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,
사내 연애에 관한 화제가 식탁에 올라왔다.
그러다 자연스레 그 애와 주고 받던 얘기가 떠올랐고.

처음부터 비밀로 하자던 그 애의 의견에 동의한 것은
서로에 대한 갈망은 있으나 믿음이 없었기 때문인지라, 물론 난 밝히길 원했지만 어찌되었건.

1년을 만나다보니 내 입을 통해 흘러나간 것도 있었고, 그 친구의 행동으로 조금씩 알려지게 되었는데
가장 큰 사건은 여름 휴가를 같은 기간에 쓰게 되면서 사람들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다.

같은 회사, 다른 지점에서 일하면서도 사람들의 눈과 귀, 그리고 입을 피해간다는 건 역시나 어려웠던 모냥이다.
사람들은 생각보다 뒷말에 흥미를 느꼈고 술자리 안주로 곁들어 이런 저런 썰을 가해 저마다의 입맛에 맞게 풀어냈다.

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더 문제인 건 사실 우리였다.
우린 1년을 만나면서 싸우고 헤어지길 수십번 반복하고 번복했으니까.
1년동안 잘 만난 시간이 고작 5개월이 채 안됐을려나.

대외적으로 만나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서로의 앞에서는 눈치껏 쉬쉬하던 우리 사이였고,
심지어 그 애 사무실로 데리러가거나 데려다주러 갔을 때 누가 보면 어쩌지 하며 염려하던 그 애의 말과 행동이
시간이 갈수록 점점 싫어졌다.


언젠가,

나 : 왜 비밀 연애를 해야하는데?
그 : 그냥 불편하니까. 다 불편해. 사람들과의 관계, 구설수에 오르는 것 모든 것.
      그리고 우리가 사귄다고 말하기엔 너무 많이 싸웠고 헤어졌잖아.
      사람들도 가끔 남친 잘 만나냐고 물어볼 때 (싸워서 헤어졌기때문에), 아뇨 안만나요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 좀 그렇고.
      사내 연애한 애로 낙인 찍히는 것도 싫고.
      이건 오빠가 잘못하는거야. 어떻게 한번을 그냥 여자친구가 불편하다고 하면 알았다 하고 이해해주는 법이 없니.
      이렇게 배려를 못하는데, 평생 혼자 살래?


마지막 말은 마치 내 나이(서른 아홉)가 있는데, 본인과 헤어지면 연애나 결혼은 힘들 것이다 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듯 했다.
아니 그렇게 들렸고 생각했다. 내가 좀 꼬일대로 꼬인 스크류바 스타일인지라 -ㅁ-;;

이 날 또 싸웠다.
싸움의 횟수가 쌓여갈수록, 말수는 줄어갔다.

다툼과 헤어짐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.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.
그 애도 힘들었겠지.


그 애는 날 어떻게 생각했던걸까.
그리고 난 그애를 어떻게 대했던걸까.

서로의 만남에 넉넉한 배려와 따듯한 성의가 있어야한다고 마음속에 녹여내고 살았는데,
그 날을 돌아보니 난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이였던 것 같다.


마음으로는 동요되지만, 머리는 꿈쩍도 않는 이 어긋남 앞에 무엇이 우리를 잡고 있었을까.
정작 시간은 이미 우리를 놓은지 오래였는데.
  


덧글

  • 2018/11/27 22:32 # 비공개

    비공개 덧글입니다.
  • 2018/11/28 13:00 # 비공개

    비공개 답글입니다.
  • 2018/11/29 08:34 # 비공개

    비공개 답글입니다.
  • 2018/11/29 18:21 # 비공개

    비공개 답글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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